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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일을 나누어 맡긴다는 것

복잡한 작업을 하나의 AI에게 모두 맡기는 대신, 역할을 나누고 지휘와 실행, 전달과 검토 흐름을 설계하는 agentic 구조를 이해한다.

같은 AI에게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맡기면 어느 순간 답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검색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요약하고, 보고서까지 써달라고 하면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작업이 길어질수록 기준이 흐려지고, 앞에서 정한 조건을 놓치고,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문제는 AI가 약해서만은 아니다.

하나의 역할 안에 너무 많은 일을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AI로 부족한 순간

검색할 때 필요한 기준과 글을 쓸 때 필요한 기준은 다르다.

분석할 때는 의심해야 하고, 요약할 때는 버려야 한다. 검토할 때는 비판적이어야 하지만, 초안을 만들 때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이 역할들이 한 응답 안에 섞이면 AI는 어느 기준을 우선해야 할지 흔들린다.

컨텍스트가 길어지면 그 흔들림은 더 커진다. 처음에 정한 조건이 묻히고, 중간에 등장한 새 정보가 기존 판단을 조용히 덮는다. 처음에는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전체 흐름을 보면 일관성이 없어진다.

복잡한 작업에서 문제는 능력 부족보다 역할의 혼합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역할을 나눈다는 것

역할을 나눈다는 것은 AI를 여러 개 붙여서 더 많은 답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다.

각 AI가 하나의 기준에 집중하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검색하는 AI는 좋은 자료를 찾는 데 집중하고, 분석하는 AI는 자료의 의미를 따지는 데 집중한다. 작성하는 AI는 독자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검토하는 AI는 빠진 기준과 오류를 찾는다.

검색자 — 관련 자료를 찾는다
분석자 — 자료에서 의미와 쟁점을 뽑는다
작성자 — 독자에게 맞는 글로 바꾼다
검토자 — 기준에 맞는지 확인한다

하나의 AI에게 모든 일을 시키는 대신, 각 단계에서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의 개수가 아니다. 역할의 경계다.


지휘하는 AI와 실행하는 AI

복잡한 작업에서는 계획을 세우는 역할과 실제로 실행하는 역할을 나눌 수 있다.

지휘하는 AI는 전체 목표를 본다.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언제 결과를 검토해야 할지 정한다. 실행하는 AI는 그중 하나의 작업만 맡는다.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는다. 어떤 악기가 언제 들어와야 하는지 조율한다.

[ORCHESTRATOR]
목표를 분석하고 작업 흐름을 정한다.

[RETRIEVER]
필요한 자료를 찾는다.

[ANALYST]
자료의 의미와 쟁점을 정리한다.

[WRITER]
결과물을 작성한다.

[REVIEWER]
기준에 맞는지 검토한다.

각 역할은 자신이 맡은 한 가지 일만 한다. 오케스트레이터는 그 흐름을 잇는다.

agentic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혼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흐름이 나뉘고 다시 모이는 방식이다.


AI가 AI에게 넘겨야 하는 것

여러 AI를 연결할 때 가장 자주 생기는 문제는 전달이다.

앞 단계의 AI가 긴 설명을 남겼지만, 다음 AI가 무엇을 이어받아야 하는지 모르면 흐름은 끊긴다. 사람의 협업도 마찬가지다. "자료 찾아봤어"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찾았고, 왜 중요하고, 어떤 부분이 불확실하며, 다음 역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함께 넘어가야 한다.

[HANDOFF]
목표:
- Dechive Contact 페이지 문구를 다듬는다.

전달 자료:
- 현재 페이지는 포트폴리오식 구성으로 도서관 컨셉과 어긋난다.
- 방향은 사서 소개, 관리 중인 서가, 연락 수단이다.

불확실한 점:
- Works 링크를 Contact에 넣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음 역할:
- Writer는 위 내용을 바탕으로 페이지 문구 초안을 작성한다.

핸드오프는 단순한 결과 전달이 아니다. 다음 AI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무시하고, 어디서부터 이어가야 하는지 정해주는 일이다.

이 부분이 잘 설계되어 있지 않으면, 역할을 나눠도 흐름이 계속 끊긴다.


연결이 아니라 조율이다

여러 AI를 연결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역할이 흐릿하면 혼란도 여러 배가 된다. 검색 AI가 분석까지 하려 하고, 작성 AI가 근거를 다시 만들어내고, 검토 AI가 기준 없이 의견만 덧붙이면 결과는 오히려 더 불안정해진다.

작은 일에는 하나의 AI가 더 낫다. 역할을 나누는 순간, 전달과 검토의 비용이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그 비용을 감수할 만큼 복잡한 작업에서 의미가 있다.

강한 구조는 AI의 개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역할의 경계, 전달되는 정보, 검토의 기준에서 나온다.

여러 AI를 쓴다는 것은 더 많은 뇌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각 뇌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무엇을 넘겨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